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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교책판 [Confucian Printing Woodblocks in Korea]

  • 제목 : 유교책판
  • 설명 : © 한국국학진흥원
한국의 유교책판

상세정보

  • 국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大韓民國)
  • 위치
  • 좌표
  • 등재연도 2015년
  • 등재기준
목차
국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大韓民國)
소장 및 관리기관
한국국학진흥원(韓國國學振興院)
등재연도
2015년
본문

‘유교책판(儒敎冊版, Confucian Printing Woodblocks in Korea)’이라고 불리는 이 기록유산은 조선시대(1392~1910)에 718종의 서책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책판으로, 305개 문중과 서원에서 기탁한 총 64,226장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다.

유교책판은 시공을 초월하여 책을 통하여 후학(後學)이 선학(先學)의 사상을 탐구하고 전승하며 소통하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text communication)’의 원형이다. 수록 내용은 문학을 비롯하여 정치, 경제, 철학, 대인관계 등 실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도 궁극적으로는 유교의 인륜공동체(人倫共同體) 실현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문중-학맥-서원-지역사회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 지역의 지식인 집단은 ‘공론(公論)’을 통해 인쇄할 서책의 내용과 이후의 출판 과정을 결정하였다. 제작 과정부터 비용까지 자체적으로 분담하는 ‘공동체 출판’이라는 출판 방식은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특징적인 출판 방식이다. 또 이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었고 이러한 관계는 500년 이상 지속되면서 ‘집단지성(集團知性)’을 형성하였다.

영구적으로 보존되어온 영원한 학문의 상징으로서 유교책판은 서책을 원활하게 보급하기 위해 제책(codex) 형태로 인출하도록 제작되었으며, 현전하는 모든 책판은 지금도 인출이 가능할 정도로 원래의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세계적 중요성·고유성·대체 불가능성

유교책판이 본래 서책을 인쇄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은 틀림없지만 단순히 인쇄용 매체로서 기능이 한정되었던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유교책판은 선현(先賢)이 남긴 학문의 상징으로 간주되었고 후대의 학자들은 이를 누대에 걸쳐 보관 및 전승해왔다.

• 공론(公論)
유교책판은 모두 ‘공론’에 의해 제작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공론(公論)’이란 당대의 여론 주도층인 지역사회의 지식인 계층의 여론을 뜻한다. 때문에 서책 전체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부분적인 내용에 관한 것이든 공론에 어긋나는 내용은 출판이 제한되었다. 이렇게 공론에 따라 만들어진 목판은 파손되지 않게 후대를 위하여 보존되었고 이에 따라 후대는 스스로 해당 내용을 출판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었다. 이것은 조선의 기록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도 독특한 특징이다.

• ‘공동체 출판’ 네트워크
책판으로 인쇄된 서책들은 지역 공동체의 주도 아래 간행되었다. 공론의 주도자들은 문중-학맥-서원-지역사회의 주요 인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이들은 유교책판을 판각할 계획부터 판각 내용을 선정하고, 판각 과정과 완성 과정을 감독하고, 서책을 인출하고 배포하는 모든 과정을 담당하였다. 유교책판의 제작에는 개인이나 문중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그 비용까지도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 서로 분배하여 부담하였다. 유교책판의 일관된 주제는 유교 공동체 사회의 구현이었으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교책판 역시 공동체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 집단지성(集團知性)
유교책판의 학문적 의미는 500년 이상 지속되어온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learning)’에서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각각의 저자들은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출간하였는데, 이러한 학문적 성과는 책판에 담겨 그들의 제자들에 의해 다음 세대에서 그 다음 세대로 전승되었다. 한편 제자들은 스승의 학문적 성과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에 토론과 비판을 거쳐 그 내용을 반영하여 전승하였고 이는 모두 책판에 수록되어 전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교책판에 수록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인륜공동체의 건설이라는 주제는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보다 구체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교책판을 통하여 학자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는 세계사가 추구하였던 보편적인 인간 가치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유교책판은 각각의 서책을 인쇄할 수 있는 유일한 판목(板木)들이다. 멀게는 550년 전의 것도 있으며 가깝게는 60년 전에 제작된 것도 있는데 각각의 책판들은 단 한 질만 제작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유일한 원본’이다. 활자본과 달리 판목에 직접 새긴 목판본으로서 후대에 새로 제작된 번각복(飜刻本)도 거의 없는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유산이다. 때문에 이 책판이 어떤 방식으로든 훼손된다면 550년 동안 지속되었던 집단지성의 전통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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