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국제전략

1972년 세계유산협약이 채택된 이후, 각국의 관심이 증대하면서 세계유산목록에 포함된 유산의 성격 및 지역간 불균형 문제가 대두되었다.

1987년부터 1993년에 걸쳐 국제기념물유적회의(ICOMOS)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역사 유적지 및 종교 기념비, 기독교 유물, ‘엘리트주의’적 건축물들은 세계유산목록에 과도하게 등재되어 있는 반면 현존하는 문화, 특히 ‘전통 문화’와 관련 있는 유적들은 거의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

국가별, 지역별 편중 역시 심각한 문제로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유산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국이 유럽국가이다.

이에 1994년, 세계유산위원회는 신뢰할 수 있고, 대표성 있으며, 균형 잡힌 세계유산목록 작성을 위한 국제전략을 발표한다.

국제전략의 목표는 기존의 제한된 유산 개념을 넘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 서로 다른 문명간의 조화와 교류, 인류의 창의성이 담긴 유산들의 가치를 좀 더 폭넓게 인정하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 아직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협약에 가입하도록 권유하였으며, 세계유산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의 경주, 잠정목록 및 등재신청서 준비 과정을 지원하는 일 등이 포함되었다.

성과와 과제

국제전략 수립 이후, 태평양 지역 섬국가, 동유럽, 아프리카 및 아랍 지역 국가들이 세계유산협약에 새로 가입해 2016년 8월 현재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수는 192개국으로 늘었다.

당사국 대부분이 잠정 목록을 제출했다. 문화경관, 산업유산, 사막, 해양, 도서 지역 등 새로운 성격의 유산들이 세계 유산에 추가되기도 하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최근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자연 및 복합 유산들은 대체로 세계 여러 지역에 고루 분표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열대/온대 초원, 대초원, 호수, 툰드라 및 극지방, 냉대 사막 등의 세계 유산 목록에는 아직도 큰 불균형이 존재한다.

새로운 유산을 발굴하고 기존 유산 보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는 각 당사국들이 신청하는 유산의 수량을 매년 2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위원회가 매년 검토하는 전체 유산의 수량 역시 45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제 세계유산위원회를 비롯해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은 1,000이 넘는 세계유산목록 운영방향과 세계유산 사업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중이다.

무형문화유산 등재정책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은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고자 두 가지 무형유산 목록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로 ‘긴급보호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목록’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이다.

지난 2006년 무형유산협약이 발효되면서, 기존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을 모두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통합시킨 바 있다.

긴급보호 무형유산목록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대한 세부지침을 논의하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이 두 가지 목록의 성격과 우선순위에 관한 것이었다.

무형유산협약에는 대표목록 관련 조항이 긴급보호목록보다 앞서 있다. 그러나 당사국들은 산업화 등으로 소멸위기에 직면한 무형유산을 보호하려는 것이 협약의 진정한 취지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에 따라 운영지침에서는 대표목록과 긴급보호목록의 순서를 바꾸고, 긴급보호목록에 상대적인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등재절차도 보다 엄격히 규정하는 한편, 국제원조의 대부분을 긴급보호목록상의 무형유산 보호 사업에 투입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표목록은 각국의 무형문화유산 목록집과 유사하다. 즉, 각국이 자국의 국내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유산 가운데 관련 공동체 등의 동의와 기타 등재요건을 잘 갖추어 신청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등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정책

세계기록유산 사업은 1992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후 1993년 사업 수행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자문위원회(IAC,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가 처음 개최되어 사업의 틀과 실행계획을 수립하였으며, 1995년 기록유산 이행 관련 가이드라인(General Guideline to Safeguard Documentary Heritage)이 유네스코 총회에서 처음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유산목록 등재가 시작되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기록물 형태를 막론하고 인류에게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성과물은 심사를 거쳐 ‘인류의 기억’으로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한편, 보존 및 접근성 향상에 필요한 전문적 기술 지원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상기 가이드라인이 2002년 개정되면서 문자와 비문자, 영상, 가상기록 등 디지털자료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록매체와 기록방법을 예시하고 있지만 실제 전적으로 디지털 형태인 기록은 전체 432건의 기록유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세계기록유산 사업수립 25주년을 맞이한 2015년 제12차 IAC총회에서 사업의 투명성과 가시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면적인 제도개선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2017년 6월까지 작업반(Working Group) 차원에서 정관(Statutes), 일반지침(General Guideline), 윤리지침(Code of Ethics) 등 주요한 3대 법적문서 개정 작업과 회원국 대상 개정작업 관련 설문이 이루어진 바 있다. 사업의 전면적인 개정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국가별 2건씩, 그리고 IAC 총회가 개최되는 2년마다 한 번씩 있어왔던 신규기록유산 등재접수는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세계기록유산 사업의 성격과 미래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IAC, RSC 등 전문가 검토를 거쳐 사무총장이 최종결정하는 현행 방식이 아니라 다른 유산 사업과 비슷하게 정부간 기구 방식의 의사결정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기되어 왔다. 아울러 제205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통해 세계기록유산 사업을 종합검토하기 위한 실행계획 수정안이 채택되었고, 이는 사업의 효과성과 영향력 강화, 회원국 간 자문/협력 기제 강화, 이를 위한 법적 틀 정비 및 중단된 등재심사 재개 방안을 마련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현재 이러한 모든 내용이 2019년 9월을 시한으로 회원국 및 전문가 그룹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회의 등을 통해 논의 중이지만, 국가간 이견을 좁혀 합의안을 도출하는데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기록유산 목록등재는 기록유산에 담긴 역사적 의미나 일괄적 내용해석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며, 해당 기록유산이 지니고 있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만을 가지고 심사하는 것임에도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유네스코의 정치화(politicization)를 경계한다는 명목으로 소위 쟁점 기록물(contested/questioned nomination)에 대한 심사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 심사의 순서, 심사 내용의 공개 방식 등에 대해서도 국가간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차이가 있어 향후 논의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