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본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없나요?

유네스코와 유산 [오해와 진실]
작성일
2019-04-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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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은 전쟁, 테러, 재난 등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파괴되어가는 중요한 기록물을 보호하기 위해 199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계기록유산의 주요 등재 조건 중 하나로 유산의 ‘진정성’(authenticity)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유산이 ‘진품이며 원본에서 손상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인류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물의 원본이 유실되고, 그 사본만 현존 유일한 자료로 남아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 해당 유산의 대체불가성이나 고유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습니다. 독일 무성영화의 대표작인 프리츠 랑(Fritz Lang, 1890‒1976)의 ‘메트로폴리스—지헤룽스투크 Nr. 1 : 2001년 복원판 네거티브 필름’의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이 영화는 총 3편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중 단 한 편의 원본만 독일연방기록물보관소가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두 편은 오리지널 필름이 소실되고, 복사본들만 해외 기록물보관소에 흩어져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프리드리히 빌헬음 무르나우(Friedrich Wilhelm Murnau) 재단의 주도로 소실된 필름의 복원이 이루어졌고, 오리지널 필름과 복원된 사본들을 포함한 세 편의 필름은 이 영화가 갖는 영화사적 영향력과 중요성을 고려해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러한 예를 보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사업은 해당 유산의 진품 여부나 우월성을 가리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세계기록유산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인류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임을 <유네스코 뉴스> 독자들도 함께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